title 이미지는 https://www.flickr.com/ 에서 가지고 온 비영리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사진입니다.
한의원이 아니라, 서울 스페셜티 전문 매장 중 하나인 연남동의 커피*브레 매장입니다.
여름입니다.
여름 하면 평양냉면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평양냉면 좋아하시나요?
선풍기 1단 바람 같이 날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고기향의 국물을 처음 경험해 본 사람들 대부분은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엥? 이게 뭐지?’
이런 반응을 보이면 기존 평양냉면 매니아들은 한결 같이
“몇 번 더 먹어 봐야 맛을 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2015년에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서 평양냉면이 소개된 후,
20~40대의 젊은 층에서 평양냉면 신규 매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저도 이 무렵에 집 근처 걸어서 10분 거리에 유명한 평양냉면 가게*가 있어서
한 번 먹어 봤는데, 저 역시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인가…’로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몇 번 더 먹어 보고 나서야
‘이 맛이구나.’를 경험하게 된 사람이고요.
2018년도에 한국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평양냉면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그 사건은 바로 남북정상회담입니다.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남북 정상과 남한 유명 인사들이
평양에서 찐 원조 평양냉면을 먹던 장면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수 지코가 ‘평소에 즐겨 먹었던 밍밍한 평양냉면과는 완전히 다른 자극적인 맛’이라고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평양냉면이 장식하면서
매니아들이 찾던 음식은 순식간에 SNS에 확산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식으로 떠올랐습니다.
평양냉면을 드셔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그 돈을 주고 먹어야 할 만큼 맛이 있다라고 느낄 만한 맛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음식입니다.
어떤 사람은 평양냉면 국물 맛을 ‘걸레 빤 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냉면은 두터운 매니아층을 두고 있습니다.
핫이슈가 터지면 유저들이 경험할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그들 중 일부가 충성 고객층이 되는 사이클에서,
한국은 많은 사람이 핫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신규 유저의 유입과 참여가 활발한 시장이라고 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평균의 삶을 궁금해 하는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특성이 시장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결국 문화나 취향을 서비스하려면 핫 이슈에 민감해야겠죠.
하지만 핫이슈을 파악하는 것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호기심으로 시작해 살짝 간 보는 유저들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한 두 번 먹어서는 그냥 ‘무맛’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을 먹어 봐야 그 오묘한 맛을 터득하는 평양냉면 같이요.
평양냉면을 ‘힙’한 음식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 ‘힙’함이 평양냉면 신규 유저를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평양냉면 맛집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오던 노포들이라,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과는 차별화된 멋이 있습니다.
유행 따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맛을 지켜 왔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판 치는 외식 음식 업계에서
밍밍하고 은은한 맛으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이런 요소들의 결합이 ‘힙’함의 정체가 아닌가 싶네요.
맛에 대한 소신으로 차별화된 맛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스페셜티도 꽤나 힙한 커피입니다.
스페셜티 자체가 좋은 등급의 커피 원두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스페셜티 전문 매장 중에는 좋은 원두를 찾기 위해 커피 농장도 직접 드나들고,
생두를 구매해서 본인이 추구하는 맛을 위해 로스팅도 직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로스팅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소규모로 로스팅 하는 데 제약이 없고,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게 이윤이 좀 더 많이 남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티로 이름난 가게들 중에는 인테리어 자체가 힙한 곳,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으로 사진 찍어서 올리기 좋은 가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커피 자체의 맛과 향만이 아니라,
이색적인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도 스페셜티 커피를 힙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런 ‘힙’함이 입문자를 충성 고객으로 이끄는 경험으로도 작용하겠죠.
제가 기획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스페셜티 입문자를 충성 고객으로 이끄는 경험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 경험을 위해 해결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가 쉽게 커피 취향을 발견하는 걸 돕는 것인데,
저의 고민에 동참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취향을 쉽고 재미있게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경험과,
저마다의 취향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실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TMI
- 유명한 평양냉면 가게* : 평양냉면 족보에서 ‘의정부 계열’로 불리는 가게의 원조 가게입니다.
‘서울의 필동*옥, 을지*옥, 본가 평양*옥’이 이 가게 창업주의 세 딸들이 각각 독립해서 차린 가게들이죠.